산을 넘는 여자, 허 연




산을 넘는 여자, 허 연


 한 사람이 주저앉은 모습을 본다는 것. 비가 왔다는 것.
새벽 육교 밑이었다는 것. 내 피가 빗물에 쓸려 가는 걸 바
라보며 내가 걸었다는 것. 내가 넘은 것이 아마도 산이었다는 것.

 나는 돌아왔다. 죽지 않고 산을 넘는 여자를 보기 위해.
그 여자가 갇힌 채 발을 동동 구르던 세상에 오래오래 떠돌기 위
해. 죽지 않는 여자와 죽어 가는 나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가 있다. 울 줄도 내 목을 조일
줄도, 나를 용서할 줄도 아는 그 여자. 너무나 자폐적이고
미숙한 그 여자가 있다. 파장 무렵 녹슨 청동거울 앞에 앉
은 여자. 아무리 봐도 통속은 아닌 그 여자.

 겨울 아파트 단지의 병적이 정취가 어울리는 여자. 내가
있어서 아무 것도 아니고, 내가 없어도 아무 것도 아닌 여자.
죽지 않는 여자. 지금도 걸어서 산을 넘는 여자.

 나는 돌아왔다. 서른 개가 넘는 산을 넘어.



 주말에, 운전 학원을 갔다, 돌고 돌아 서현에 왔다. 갈 곳은 서점 뿐이고,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는 항상 산란한 공기가 흐른다. 나는 여전히 돌고 돌아 여기 이렇게 서 있구나 하는 생각. 행동이 습관인 양 몸에 배어, 여느 때 보다 자각 없이 책을 고르고, 흥분 하며 혼잣말을 한다. 

'네가 없으면 어쩔 번 했겠니.' 

 어딜 가나 낯선 동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하다못해 내 사는 곳 고냥이 까지도 밍숭맹숭하게 느껴지는 지겨운 동네. 그런 동네를 뼛 속까지 익숙한 공기로 채워 넣고 나면, 다시 어디론가 떠난다. 떠나고 만다.

 우연히가 아닌, 몇 번의 방문 끝에 집어든 허연의 최근 시집에서는 어릴 적에 살던 동네의 놀이터 흙내음이 났다. 손으로 직-직- 거리다가 퉤,퉤, 입으로 뱉어내는 촉촉하고 구성진 흙 같은. 몰래 사탕 훔치듯이 글을 훔치고, 여기에 풀어 놓는다. 누가 잡아가지 않겠지?. 요즘엔 자체 검열이 중요하다니까는. (!)

 
이번 생도 내내 불편할 것.
 그대 그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


 나는 당신의 미래일까?. '여자는 남자의 미래'라는데. 내 당신은 누구의 미래일(였을)까?.





블로그 또 오랜 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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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리루피 | 2009/06/17 21:02 | 글쓴이의의도 (글, 그림)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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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죠 at 2009/06/18 09:49
저 사진은 어떻게 찍은거야? 혼자찍었어?ㅎ.ㅎ
나 오늘도 분당이야....... 어제 구로집갔다가 또 다시왔어.~~
글좀 길게써.....ㅋㅋ
Commented by 푸리루피 at 2009/06/18 12:43
옘뱅할애미나이~ 고깟 하루 만에 다시 분당으로 올 것을..ㅡ_-)...........
저 사진은 오광 아님 이렁이가 찍은거야. 누가 찍었는지는 나도 몰라~
Commented by killem at 2009/06/18 14:47
으음으음 ... 이렇게 순간순간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 것이었군요!
옘뱅할애미나이...라.........
앞으로 계속 기대 하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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