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7일
친밀감. _하니프 쿠레이시.
## 기록. That'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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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3
니나는 책상 옆 바닥에 누워 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내게 매일 아침 해야 하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고 했다. 주변 일체를 잊고 몰두하게 만드는 무언가, 살아갈 이유가 되는 무언가. 내가 무언가에 결연해지면 그녀는 내팽겨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그날 뭘 하고 싶은 기분인지 생각해 보는 그녀를 내가 부러워한다는 걸 그녀는 믿지 않았다. 춤을출까, 도자기를 만들까, 아니면 산책을 하게 될까? 니나는 해변이나 창고에서 열리는 파티에 갔다. 레이브 파티라면 멀어도 마다않고 가곤 했다. 일전에 나도 보러 갔던 한 그룹에서 니나는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모든 노래를 내게 바쳤다. 바쁜 도시 여자들의 매끄러운 무심함을 아직 배우지 않은 니나는 부랑자들에게 말을 걸고 어떤 책임을 느꼈다. 니나의 친구들은 낡은 옷을 입고 양털로 된 모자를 눈 위까지 눌러 쓰고 마약에 절어 살았다. 친구들은 나태했으며, 니나와는 달리 니나 특유의 생기가 결핍되어 있었다. 니나는 남자 애들 사이에서 표류했다. 그녀가 떠나자, 녀석들은 니나 자신이 그들에게 과분한 여자라 판단할거라는 낌새를 내비쳤다. 나를 빼곤 모든 이들에게 너무 과분하다고.
pp.110-111
모든 이들이 그런 사랑을 바라는 건 당연하다. 마치 예전에는 그런 사랑을 알았지만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삶을 이어 갈 지고의 가치로 사랑을 찾아 헤매도록 강요받기라도 한 듯 말이다. 사랑 없이는 삶도 속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불운한 일이지만, 사랑만큼 매혹적인 건 없다.
사랑이 그늘진 노동이란 걸 나는 안다. 사랑으로 당신의 손은 피할 길 없이 더러워진다. 관계에서 멈칫대면 흥미로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에 당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적절한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상대가 당신을 압도할 것이고 너무 멀면 당신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상대와 적절한 관계를 지속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수년 동안 좋은 사이로 사귀다가도, 마치 고고학 탐사에서처럼 예전에는 알아채지 못햇던 어떤 부분이 느닷없이 드러나는 건 얼마간은 기만적인 일이다. 답사하면서 이해를 쌓아갈 미답지는 너무 넓다. 남들이라면 권태로울 때 돌아서면 그만이겠지.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의 존재 방식이라고.
p.118
진정으로 미몽에서 깨어나는 계기란 얼마나 드문가! 이 불행한 낙원이 싫어져서 여기를 떠나려는 게 아니다. 다른 인간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족이라는 꿈 혹은 악몽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 근래 우리에게 남은 드문 유토피아 가운데 하나인 행복한 가족이라는 신념. 그래서 나는 아시프에게 말했던 대로 모든 걸 무릅쓰고서라도 사랑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에 빠져 들면 그 조건을 유지하려 여생 내내 고난을 자초한다. 남자든 여자든 삶이 가장 흐드러지게 피어나려면 아마도 사랑이라는 조건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면모로 일신한다. 사디스트는 상냥해지고, 은행가는 관대해지며, 검시관은 삶을 즐기게 되고, 심지어 출판인도 동정적이 된다. 오늘 밤 이 망할 놈의 기운찬 도시 어딘가에 나를 사랑할 누군가가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 그리고 단상.
가끔 책을 읽다 꼬깃, 접어둔 페이지에서 도대체 내가 어느 부분에서 무얼 느꼈었는지, 왜 표식을 남겼는지에 대한 기억이 온전하지 못할 때가 있다. 평소에도 멍- 해지곤 하는 내가, 더욱 밋밋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래요, 커피를 마실 시간이군요.
새로운 커피를 개봉하고, 톨톨 털어 진하게 내려서 한 잔, 아니 두 잔을 마신다. 이로써 전에 선물 받은 커피 맛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고, 그 커피가 이와 비슷한 것이 였겠거니 싶어져 드디어 그 녀석의 정체를 알겠군!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짓는다.
박지윤이 생각나 뒤적이던 앨범들은, 윤상과 정재형의 신보를 발견하게 하며 나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이병우 님의 마더 OST도 갖고 싶은데, 돈은 벌어도 막상 머뭇거려지는 일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나는 죽어 있는 사람 같아,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있으면,
항상 그래야 하는게 아닌가. 왜 그게 가끔인가 싶다.
어딘가에 쌓여가는 글들은, 내가 사는 동안의 흔적을 이렇게라도 남겨야지 싶었던 일 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처음부터 꼭꼭 곱씹어읽다 보면 나는 어딘가 허무해지고 만다. 그 기록들을 보며 나는 배시시시시 웃기도 찡그리기도 한다.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기억이 허물어지는 경계는 어디쯤인지 알고 싶다 적어 놓고도, 그 기억을 잊고 있다면 이 얼마나 침묵스런 일인가.
평생 이렇게 겉돌다 가긴 싫다는 생각,
(지금 이것은 겉돌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은, 그럼에도 그 앞으로 걸어야 되ㅡ 는 거겠지
ㅡ 라고.
설명하려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
설명하려 애쓰다 보면, 내 존재가 한없이 해로워져
어이없이, 질투어린 눈이 되어버릴 때 더욱 절감하는 절망의 깊이. 공존의 모순.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면, 나는 지금 느낀 감정을 그에게 설명해 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대답을 회피하거나 소홀히 대한다 여겨진다면 나는 가감없이 그를 떠날 수도 있겠다는 결론.
영원한 것이 있다면, 내가 가진
내 안의 지독한 외로움이나, 고립이 아니겠는가.
한 때는 공감했지만, 나는 일부러 타인이 이해 못 할 말들을 늘어놓는게 아니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 느낌만 받아들이면 된다. 나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야 한다. 그대들은 내가 아니다.

기다리다 잠이 들다 - 이수동
난 여전히, 이수동 그림 한 점을 내게 선사해 줄 사람을 남편으로 맞을 거란 생각을 갖는다. 아직은, 그런 믿음이 어딘가에 있는 걸지도. 위안이 될까,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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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7/07 01:34 | 일상다반사 (투정꾸러미)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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